10월 1일(수)

어렵게 어렵게 새로 마련한 민들레의 집에는 오늘 밤에 크리스티나 자매님이 오십니다 한 달 동안 계시면서 민들레국수집에서 봉사활동을 하실 예정입니다 찬장이 아무래도 위험합니다 동네의 집사님 아드님이 인테리어를 하시는데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대성 씨와 함께 아주 튼튼하게 다시 붙여주었습니다 오후에 엘피지 가스를 신청했습니다 고맙게도 새로 연결해주시고 엘피지 가스값도 아주 싸게 받습니다 대성 씨 집에 설치할 때는 칠만 오천 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삼만 원에 설치해 주셨습니다.

크리스티나를 티나로 줄였습니다 앞으로는 티나 자매님이라고 합니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오전에 출발하셔서 오후 네 시 반쯤 민들레국수집에 오셨습니다 아주 다행입니다 티나 자매님을 집에 안내해 드리고 다시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이른 저녁을 드셨습니다 광주 용팔이 손님이 티나 자매님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계속 말을 걸고 관심을 보입니다 겨우 보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고 티나 자매님과 함께화수동 성당을 찾아가서 미사 시간을 알아보았고요 동인천 베로니카 가게에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쌀과 라면과 김치 그리고 소금을 보내드렸습니다 다음 날 의정부 교도소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10월 2일(목)

아침에 홍합 미역국을 끓이고 감자채 볶음을 하고 갈치 세 토막 구웠습니다 베로니카 가게가 쉬는 날이어서 오붓하게 가족이 아침을 먹었습니다.

오전 11시에 민들레국수집에 갔습니다 대성 씨와 티나 자매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티나 자매님은오전 10시 미사를 화수동 성당에서 드렸고요 밤에는조금 겁이 났지만 옆집 텔레비젼 소리에 괜찮았다고 합니다 아침은 해 드시지는 못하고 어제 남은 음식으로 때웠다고 합니다.

사패산 터널이 뚫려서 의정부에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거의 십여년만에 의정부 교도소에 와 봅니다 1982년도에처음 의정부 교도소에 와서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다가 1995년도에 본격적으로 교도소 사목을 시작한 것이 의정부교도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십여년 만에 다시왔습니다 마침 교도소 가을 체욱대회가 있습니다 면회 신청하러 가려는데 교도소 내정문에서 천주교 봉사자들이 나옵니다 낯익은 얼굴입니다.

민원실로 가서 안드레아 면회 신청을 하고요 베로니카가 준비해준 옷과 수건 그리고 양말을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영치금도 없을 것 같아서 삼만 원을 넣어주었습니다.

특별면회를 하면 안드레아가 미안해 할까 봐 일반면회를 신청했습니다 일반 면회는 의정부교도소는 겨우 7분입니다 면회 시작되면 7분 타이머가 작동되고 마이크가 켜집니다 7분이 지나면 가차없이 마이크가 꺼지고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안드레아는 나이가 쉰입니다 청송 2감호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십년 전에 감호소를 나와서 그때부터 평화의 집에 함께 있었고요 제가 환속했을 때 다른 출소자 둘을 데리고 울면서 저를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했고요 그래서 겨자씨의 집을 시작했습니다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

깊은 연못가에 서 있는 것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조심 했는데도 별이 많은 사람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사회교정위원회의 센타 건물관리 직원으로 일년 정도 일했고요결혼해서 조그만 트럭으로 순대와 떡볶기 장사를 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촛불 시위 때는짭새를 몸으로 막다가 잡혀서 벌금을 받기도 했고요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추석 다음날 아동 성추행 미수로 경찰에 잡혔고 구속되어서 지금 재판받고 있습니다

법무부에서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법에게 물어봐 ()라는 책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우리 주헌 씨가 책과 비슷하게 아동 성추행으로 당했던 적도 있습니다

안드레아에게 지금껏 남을 억울하게 하고 징역살았는데 이번에는 억울하게 사니까 오히려 잘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염 깍고 옷도 다려입고다시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찬 서리가 내리면 소나무인지 낙엽송인지 알 수 있는 법이니 모든 미련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민들레국수집으로 왔습니다 마트에 가서 티나자매님에게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좀 샀습니다.

어여쁜 여고생이 편지와 후원금을 보내왔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책을 읽고 매주 용돈이 칠천 원인데도불구하고 만 원을 콩나물 반찬값으로 보내왔습니다 참 예쁩니다 부모님들이 멋진 분이실 것입니다.

10월 일(금)

푹 쉬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가서 성욱 씨에게 내일 콩나물 두 통을 사도록 만 원을 맡겼습니다